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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Commentary and Review

파란노을 - After the Magic

by kiriyyutsu 2024. 12. 16.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시끄러운 음악을 사랑한다. 슈게이징이라는 장르는 오래전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음악적 깊이와 광란의 사운드는 늘 내 영혼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주 찾던 슈게이징 밴드들은 대부분 해외의 유명한 그룹들이었고, 한국에서 이런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나 슬로우다이브 같은 밴드들이 주를 이루던 슈게이징의 세계에 한국 밴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었고, 아시안 글로우, 브로큰티스, Fog 등 여러 밴드들의 음악을 탐색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파란노을이다. 파란노을의 앨범 After the Magic은 2집 발매 이후, 그들이 꿈꾸어온 세계를 엮어 만든 작품이다. 앨범 소개란에 적힌 대로, 그들은 이 앨범을 통해 자신들이 이루어온 여정을 노래했다. 피치포크에서는 8.4점을 매기며, 그 중에서도 최우수 신곡으로 별을 달았다. 음악평론가이자 유튜버인 앤서니 판타노도 8점을 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앨범은 202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음반 후보에도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After the Magic보다는 그 이전 앨범인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을 더 선호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앨범이 파란노을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믿는다. After the Magic은 밝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슈게이징을 선보이며,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가 어우러져 풍성한 사운드를 자아낸다. 그 사운드는 마치 꿈의 속삭임처럼 다가온다. 또한, 가사 역시 그 밝은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어, 겨울에 듣기 더없이 좋은 앨범이기도 하다.

 

1. 북극성

앨범의 첫 트랙인 북극성은 그 시작부터 희망을 노래한다. "불가능이라는 건 없어," "비웃음은 나의 원동력," "나의 꿈, 나의 몸, 나의 삶"과 같은 가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대변한다. 초반에는 어쿠스틱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이 가득하다가, 후렴을 지나면서 일렉 기타의 시끄럽고 강렬한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순간, 나는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했다. 그 사운드는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감각을 선사하며, 꿈을 쫓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2. 불면증

불면증은 북극성이 끝난 후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으로, 그 제목 그대로 가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죽어봤어, 살아봐도”와 같은 표현은 불면증이 가져오는 불안과 고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드럼의 비트가 독특하다. 브레이크코어 장르의 영향을 받은 듯한 빠르고 난폭한 드럼이 곡의 긴장감을 더하며, 나는 그 드럼의 리듬에 심취하게 되었다.

 

3. 우리는 밤이 되면 빛난다

이 앨범의 네 번째 트랙인 우리는 밤이 되면 빛난다는 나의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인트로부터 몽환적이고, 마치 흐릿한 하늘 아래 눈 내리는 거리를 친구들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약 13초쯤 지나면 드럼과 기타가 함께 들어오며 곡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 노래를 사운드 그 자체보다 가사 때문에 더욱 좋아한다. 가사 속에는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곡은 힘든 시기에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다. 이런 곡이 요즘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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