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당선 당일에 글을 올리려 했으나,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야,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쓴다. 사실, 언젠가 대한민국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한강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한강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녀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왜, 무엇이 그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만들었을까?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며,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강렬하게 드러낸 시적 산문을 써냈다고 평가했다. 그 말은 내게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교보문고에서 한강의 작품을 미리보기로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 작품이 바로 소년이 온다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이 소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두운 세계로 나를 끌어들였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역사'라는 것이 단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지고 있는 짐처럼,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소년이 온다는 그 짐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한 인간의 내면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 충격은 단지 그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그 어두운 역사를, 그 사건들을 그저 무심코 지나쳐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은 나를 결국, 고독한 자아의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게 만든다. 내가 알지 못한 것, 보지 못한 것들이 그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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